본문 바로가기

정보

댁의 자녀는 아직도 산타를 믿습니까?

제가 어릴 때만 해도 산타할아버지를 믿는 기간이 꽤 오래였던 것 같습니다. 신비로운 산타할아버지의 존재를 믿고 연말 즈음이 되면 착한 어린이 대열에 합류하기 위하여 열심히 노력했던 것이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산타의 존재에 대해 너무도 빨리 알게 되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댁의 자녀는 아직도 산타를 믿습니까?

산타는 엄마?

작년 이맘때 즈음 큰아이가 "산타가 누구야?"하고 물어보았습니다. 눈빛으로 보건데 이미 진실을 알고 있는 듯했고 사실 확인만 남아 보였습니다. 

 

"너는 산타가 누구라고 생각해?"

"몰라~그런데 친구들이 산타는 엄마래!"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

"유튜브에서 산타는 엄마라고 말해줬데"

"그래? 너는 어떻게 생각하는데?"

"엄마...같아."

 

엄마가 산타야!

"진실을 알게 되면 선물은 없어~"

"그래도 알고 싶어! 엄마가 산타 맞아?"

"맞아! 엄마가 산타야!"

큰아이가 피식 웃으며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입니다.

"왜 노래에도 있잖아! 산타할아버지는 모든 것을 알고 계신데~♪ 누가 착한 앤지 나쁜 앤지~♬ 엄마가 산타라 늘 옆에서 지켜보니깐 아는 거야." 

더 이상의 협박은 통하지 않는다.

연말이 되면 아이들에게 가장 잘 먹히는 협박이 "너 이러면 산타할아버지 선물 없다! 산타할아버지가 다 보고 계셔!"였습니다. 그런데 더 이상의 협박이 통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산타할아버지 이야기만 꺼내면 돌아오는 답변은 "안 속아!"

 

동생만은 제발~

아직 어린 동생만은 제발 산타할아버지 협박이 먹히길 바랬는데, 큰아이가 알게 되니 자연스럽게 작은아이도 알게 되었습니다. "진짜 엄마야?"를 연달아 외치더니 작은아이마저 협박이 통하지 않습니다. 

"방청소 안 하면 산타할아버지가 우리 집 점프하고 옆집으로 바로 가신다!"

"어차피 엄마잖아"

산타는 없는데 선물은 왜?

그렇게 '산타는 없다'를 외치더니 막상 12월이 되니깐 갑자기 없던 산타의 존재를 믿기 시작합니다. 크리스마스트리를 열심히 꾸미더니 갑자기 방으로 사라져 버렸습니다. 잠시 후 작은 종이를 들고 나와 트리 위에 살포시 올려놓습니다.

 

[산타할아버지! 저 선물 주실 거죠? 네? 내년에도 주실꺼죠? 답장 기다릴게요]

[산타할아버지! 닌텐도 마리오 게임이랑 게임팩 사주시면 안돼요?]

 

"산타 할아버지는 없다니깐! 엄마가 산타야"

"쉿!!"

 

엄마의 입을 막으며 고사리 같은 손가락을 자신의 입에 가져다 댑니다. 

아이들이 적어온 종이를 읽으며 "응 안 줄 거예요" "응 안돼요!"하고 말해봅니다. 하지만 두 아이 모두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산타를 믿어"